[국민일보 2021-11-01]
교인들 쉼터 겸 장애아이 돕기 위해 시작
제빵 배워 샌드위치 와플 등 직접 만들어
수익금으론 장애학생 위한 특수교사 채용
유치원, 학교와 함께 내가 돌보는 곳이 또 한 군데 있다. 바로 아이들에게 빵과 쿠키를 제공하는 ‘파이숍’이다.
“교인들을 위한 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파이숍을 열었으면 좋겠는데….”
남편에게 말했더니 옆 눈으로 나를 봤다.
“갑자기 무슨 파이숍? 당신 빵 만들 줄 알아?” “아뇨. 직접 만들어야죠. 배워서.”
남편은 의아하다는 듯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다행히 틈틈이 제빵 기술을 익혀 놓은 터라 ‘왕초보’는 아니었다. 부족한 부분은 책을 보며 혼자 습득했다. 아들 요셉 목사와 입맛 까다로운 큰며느리에게 시식을 부탁했다. 샌드위치며 와플이 “빵집에서 파는 것 못지않게 맛있다”며 칭찬했다. 남편은 힐끗 보더니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교회 건물 한쪽의 작은 공간에 문을 연 파이 가게는 교인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파이숍은 학부모와 성도들의 상담 장소가 됐다. 다소 근심 어린 표정으로 가게를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아, 저 사람은 오늘 무슨 일이 있구나’ 생각했고, 미소를 머금고 들어오는 사람을 볼 때면 ‘무슨 희소식이라도 전해줄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파이숍을 운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장애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판매 수익금을 통해 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교사를 채용한다. 더불어 사람들의 말을 더 잘 듣기 위해서였다. ‘듣는다’는 것은 눈과 귀와 마음을 하나로 기울여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나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열 마디 말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한번은 유치원 학부모가 파이숍에 와서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저는 남편과 대화도 하지 않고 괜히 아이에게도 짜증을 내곤 해요. 사람 관계도 서툴고 말도 잘하지 못해 다른 엄마들도 저와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꼭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아요.”
문제는 어머니의 예민한 성격이었다. “어머님이 누군가를 먼저 판단하거나 판단 받기 전에 먼저 최선을 다해 기뻐하면서 작은 일에도 감사해 보세요. 그러면 타인을 향한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릴 거예요.”
어머니는 그날 이후 파이숍에 근심 어린 표정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항상 기뻐하라’는 성경 말씀에 순종하니까 편견과 오해가 단번에 풀렸다고 했다. 확연히 달라진 그의 모습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파이숍을 통해 연약한 심령을 가진 이들과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태도와 그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제 안에 넘치도록 도와주세요.”
얼마 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남편으로부터 손편지를 받았다.
“당신이 카페를 연다고 했을 때 ‘다른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소. 그런데 파이숍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화의 장이 되고 단순히 카페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한때나마 그런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소. 지금은 당신이 자랑스러워. 하나님께서 매일매일 삶 속에서 당신을 통해 역사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없이 감사해.”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