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21-10-29]
주변 관심에 이상행동 보이는 준원 위해
어떤 행동 하든 절대 모른 척하기로 약속
이후 실수 횟수 줄고 아이들도 성숙해져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에 다니던 장애 아동 중에 특별히 잊을 수 없는 아이가 있다. 바로 준원이다.
학부모가 아이의 수업을 참관하는 날, 아이들은 저마다 엄마에게 손을 흔들며 반가워했다. 하지만 준원이는 어쩐 일인지 엄마를 보고도 담임선생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자폐아 중에는 간혹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긴 하지만, 준원이는 그런 아이는 아니었다. 준원이 어머니는 “약을 먹어서 그럴 것”이라며 울먹였다.
“준원이는 조울증이 있어요. 하지만 학교에 가려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잖아요. 그 덕분에 집안도 조용해지고 다행이다 싶었는데 저런 모습일 줄은….”
며칠 뒤 어머니는 준원이가 약을 끊을 것이라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준원이가 약물이 아닌 하나님의 치유 손길로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게 해달라”며 기도를 부탁했다. 준원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모든 교사가 힘을 보태기로 했다.
약을 끊은 준원이는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수업 시간에 책상을 두드리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준원의 행동에 다른 학생들도 수업 진행이 어려웠다. 그런 모습을 누가 나무라기라도 하면 준원이는 바지에 오줌을 쌌다.
나는 요셉 목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반 친구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구했다. “너희도 주사 맞으면 아파서 소리 지르고 울지. 준원이도 지금 하나님께 치료받고 있는 중이야. 아파서 그런 거니까 너희가 이해해 주렴. 하나님은 너희를 통해 준원이를 변화시켜 주실 거야.”
나와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은 힘을 합쳐 공동작전을 세웠다. 준원이가 선생님 말을 듣지 않으면 친구들이 함께 말해줬다. “준원아 자리에 앉아. 그러면 안 돼.”
무턱대고 비난하거나 나무라는 것이 아닌, 마치 합창단의 화음처럼 아이들의 목소리는 맑고 고왔다. 나는 한동안 준원이를 지켜보면서 행동에 특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준원이가 무엇인가를 집어던지면 꼭 주위를 둘러봤는데 주변의 관심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교사들과 전략을 수정했다.
“얘들아, 앞으로는 준원이가 어떤 행동을 하든지 절대로 관심을 보여선 안 돼. 투명인간, 알지?” 이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준원이는 교실에서 오줌 싸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준원이가 수업 중 벌떡 일어나 어눌한 목소리로 외쳤다. “나 화장실.”
선생님과 친구들은 준원이의 말을 듣고 너무 좋아 소리를 질렀다. 바닥에 제멋대로 오줌을 싸던 준원이가 처음으로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하루에 열두 번 화장실을 갈지언정 그날 이후 교실에서 실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준원이 어머니는 “너무 고맙다”며 반 아이들에게 떡 잔치를 베풀었다.
준원이로 인해 부쩍 성숙해진 아이들이 무척이나 대견했다. 나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준원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아이들이 앞으로 성장할 때 세상의 편견과 부당함을 이기고 사랑스러운 자녀로 성장하도록 지켜주세요.”
/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