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21-10-15]


기독교 몰랐던 학생들 신앙 가지게 되고
성경 속 ‘백부장의 믿음’ 실천한 경호원
기도한 후 “어머니 폐렴 나았다”며 연락


트루디 사모가 1980년쯤 한 대학교의 강의실에서 대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

 

나는 1962년 한국말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수원여자중학교에서 다른 학생들과 공부했다. 그때 내 나이는 24세였는데 나 말고도 만학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생활은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10여년 차이 나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국어 실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학교 교장선생님이 나에게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이 시간을 전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 50분을 전후해 말씀 묵상을 하는 것이 내 교육방식이었다.

“오늘 말씀은 마태복음 6장…”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 강의가 지루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선생님 마태복음은 무슨 음식인가요.”

“이스라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인가요.”

학생들은 내 발음 때문에 ‘마태복음’을 ‘마태볶음’으로 알아들었다. 그때만 해도 내 한글 수준은 쓰기와 발음이 각각 달라서 한참 먹고 성장할 나이의 학생들이 내 발음을 듣고 요리를 연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행이었던 건 기독교를 모르는 학생들이 거부감 없이 성경 말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때 예수를 처음 믿고 신앙생활을 한 아이들 중엔 지금도 연락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에 왔을때부터 강의나 강연 요청도 많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 여자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남편이 청와대 경호원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한 적이 있는데 나까지 덩달아 영어를 가르치게 됐다. 경호원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준 뒤 10분 정도 성경 말씀을 묵상하도록 했다.

어느날은 한 경호원이 내게 물었다.

“사모님 누가복음 7장에 나오는 백부장이라는 사람이 참 흥미롭네요.”

성경 속에서 이 백부장은 하인이 병들어 죽게 되자 예수님께 고쳐줄 것을 간청한다. 예수님의 명령 한마디면 하인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경호원들에게 “여러분의 기도가 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길 바란다”고 말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며칠 뒤 수업을 들었던 한 경호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벅찬 감정을 주최하지 못한 그는 “저희 어머니의 폐렴이 나으셨다”면서 내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전후 사정을 몰랐던 나는 “제가 한 일이 없는데요”라고 말했다.

“사모님께서 병든 사람을 위해 믿음으로 기도하면 낫는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을 생각하면서 밤마다 저희 어머니 건강을 놓고 기도했어요. 매일 병원에서 받은 약만 드시면서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안쓰러웠거든요. 그런데 기도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기침을 전혀 안 하시는 거예요. 폐렴이 깨끗하게 나으셨어요.”

나는 경호원에게 “백부장 못지않은 훌륭한 믿음을 갖고 있다”라고 칭찬해줬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성경공부를 시작했던 그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치유의 은사까지 받았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나는 간증할 기회가 있으면 그 경호원의 고백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눈다. 그의 간증을 통해 주님이 하시는 일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오묘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