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6-10-19 00:00]
‘3부자 부흥회’ 김장환·요셉·요한 목사
“재밌는 얘기 먼저 써먹을까봐 설교 앞다퉈 하려고 하죠 하하”
“우리 집에 ‘김 목사님’만 3명 있잖아요. 그래서 헷갈리니까 사람들이 아버지는 ‘큰 목사님’, 형은 ‘작은 목사님’이라고 불러요. 그럼 저는 뭐라고 부르게요? ‘새끼 목사님’이래요.”
지난 16일 저녁 서울 신림동 왕성교회(길자연 담임목사). 교회를 가득 메운 교인들은 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폭소를 터뜨렸다. 교인들이 더욱 크게 웃은 것은 강사가 김장환 목사(극동방송사장·72)와 트루디 김(68) 여사 사이의 둘째 아들 김요한(39) 목사였기 때문. 외모로 봐선 서양인 같기도 한 그가 유창한 우리말로 “죽 쑨다” “아버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으면 바로 ‘작업’(?) 들어오신다” 등 농담을 할 때마다 청중들은 큰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은 김장환·요셉(수원 원천침례교회·45)·요한(대전 함께하는교회) 부자(父子)가 하루씩 강사로 나서는 ‘3부자 부흥회’의 둘째 날 풍경. 첫날인 15일 저녁과 16일 새벽엔 아버지 김장환 목사, 16일 저녁과 17일 새벽은 김요한 목사, 마지막 17일 저녁엔 장남 김요셉 목사가 강사로 섰다.
▲ ‘3부자(父子) 부흥회’를 인도하는 김요한 김장환 김요셉 목사(왼쪽부터). 이들은“설교 때 재미있는 예화(例話)를 먼저 쓰기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며 웃었다/오종찬 객원기자우리 개신교계에 흔치 않은 ‘3부자 부흥회’는 10년 전쯤 시작됐다. 미국 워싱턴 한인교회들이 김장환 목사를 초청했을 때 김 목사가 “아들들과 함께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 당시 김 목사는 이민 1세대 장년층, 장남 요셉 목사는 이민 1.5세대, 당시 전도사였던 요한 목사는 이민 2세대를 대상으로 설교해 호응을 얻었다는 것. 그러나 3부자가 함께 공통의 시간을 내기 어려워 초청은 많았지만 ‘3부자 부흥회’는 거의 열리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04년 말 김장환 목사가 수원중앙침례교회를 은퇴한 후 시간여유가 생겼고, 모처럼 세 사람이 시간을 맞춰 이번에 함께 부흥회에 나선 것. 10월 말에도 경남 창원에서 또 ‘3부자 부흥회’가 예정돼 있다.
‘3부자 부흥회’는 장점도 많다. 성서의 ‘탕자의 비유’를 각각 아버지, 장자, 탕자의 입장에서 설교하면 청중들이 귀 기울여 듣는다고 3부자는 말한다. 게다가 혼혈 자녀들을 목회자로 키워낸 이야기와 자녀 입장에서 본 목회자 아버지의 모습을 듣는 것도 쉽지 않은 기회다. 반면, 강사 입장에선 단점도 있다. 청중이 지루하지 않도록 드는 예화가 겹쳐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요한 목사는 “마지막 날 설교할 때 청중들 웃음의 느낌이 이상할 경우가 있는데, 십중팔구 아버지나 형이 그 예화를 먼저 써버렸을 때”라며 “그래서 3부자가 서로 먼저 설교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두 아들이 원래 목회자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극장도 못 가고 목사 아들로서 제약이 너무 많아서”(요셉) “늘 넥타이, 양복 차림으로 지내는 것이 싫고, 성경이 너무 어려워서”(요한)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각기 교육학과 매스컴을 전공한 두 아들은 결국 진로를 바꿨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빌리 그레이엄 목사 부흥회 통역을 하셨는데 지금도 생생하다”는 김요셉 목사는 지난 7월 ‘제2의 빌리 그레이엄’으로 불리는 미국 릭 워렌 목사의 상암경기장 부흥회 때 통역을 맡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란 칭찬을 듣기도 했다.
성격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성격 급한 순서대로 라면 아버지-장남-차남 순. 그래서 이들은 서로를 ‘초침(秒針)’ ‘분침(分針)’ ‘시침(時針)’이라고 부르며 웃는다. 세 가지 바늘이 하나의 시계를 구성하듯 3부자는 서로의 장점을 본받으려 한다. 특히 아버지에 대해서 두 아들은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해라’ ‘무조건 도와줘라. 남의 도움은 절대 잊지 말고, 너희가 도와준 것은 바로 잊어라’는 태도를 본받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김장환 목사는 “목회자는 하나님의 종인 만큼 언제나 교인들과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고, 내가 좀 피곤하더라도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남 요셉 목사는 “앞으로도 세 사람 사정이 허락한다면 ‘3부자 부흥회’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