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06-05-11 03:00]

“가장 많이 듣는 라디오 종교방송 여기는 극동방송입니다”

對공산권 선교 방송으로 시작 이젠 ‘국민 방송’으로 자리매김

美공사 졸업예배 설교 초청받아 1년 5개월째 프로그램 진행도

 

[조선일보 김한수기자]

“저희 극동방송이 종교 라디오방송 중에는 청취율 1위입니다. 50년 전 대(對)공산권 선교방송으로 시작해 이제 우리 국민들에게도 사랑 받는 방송으로 자리잡은 것이지요.”

극동방송이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숙원사업이던 제주지사의 안테나를 18억 원을 들여 교체한 것을 시작으로 ‘정명훈과 함께 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초청공연’을 3월에 성황리에 마쳤고, 오는 20일엔 그 동안 극동방송을 위해 애썼던 전직 사원 700명을 초청하는 ‘홈커밍데이’ 행사를 갖는다. 지난 77년부터 극동방송 사장을 맡아 이끌어오고 있는 김장환(金章煥·72) 목사. 고희(古稀)를 넘겨 수원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침례교세계연맹 총회장 등도 사임하고 극동방송 업무에만 몰두하고 있는 김 목사. “은퇴 후엔 잠 좀 푹 자겠다”던 그는 28일엔 미국 공군사관학교 졸업예배의 설교자로 초청 받았으며 1년 5개월째 극동방송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역 방송인’이기도 하다.

◆ 극동방송이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군요?

“70년대 초반 미국 선교단체에서 방송장비를 지원해 보내줬는데 통관세금이 없어서 통일부에 기증하고 무상으로 임대하는 형식으로 사용하던 시절도 있었어요. 후에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돌려받기는 했지만. 고생도 많았지만 극동방송의 위력과 존재가치가 증명된 것은 공산권의 문호가 열리면서부터입니다. 1979년 미·중 수교 후 미국 교포들이 중국의 친지를 만났더니 ‘극동방송 잘 듣고 있다’고 했다는 거예요. 지금은 국내에 9개, 미국 LA에 1개 지사, AM 2개, FM 9개 채널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2004년 한국광고주협회·한국광고단체연합회 조사에선 20개 라디오방송 중 종교방송으로는 FM이 1위, 선호도로는 전체 7위를 차지했어요. 빚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은 기적이고,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예배에 설교자로 초청 받으셨다면서요?

“동양인으로 미 공사 졸업예배 설교자가 된 것은 처음으로 압니다. 침례교세계연맹 총회장 등을 지내며 미국에서도 알려진 것이 초청 배경이 아닌가 싶어요.(김 목사는 2003년 2월에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하버드대 메모리얼교회에서 설교한 바 있다) 6·25전쟁 후 미군 하우스보이로 시작해 미군의 도움으로 유학해 중·고교와 신학대·대학원을 마치고 목사가 된 저로서는 특히 감개무량하지요. 당시 저의 유학을 도와주었던 칼 파워스(79)씨를 최근에 만났습니다. 그때 ‘미국 안 갈래?’라는 그의 권유가 없었으면 지금의 내가 있겠어요? 미국 공사 졸업생도들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임관 후 외국에서 근무할 경우, ‘그때 나를 도왔던 파워스처럼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말입니다. 개개인의 사랑이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 때문에 생겨난 오해와 갈등을 푸는 길이 될 것입니다.”

◆ 유일한 ‘70대의 방송진행자’이시죠?

“담임목사직을 은퇴한 후인 지난해 1월부터 매주 금요일 낮 12시 10분 방송되는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어요. 은퇴하고 나니 저 스스로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정대철 정동영 이명박 유재건씨 등 정치인들과 무명인사들도 인터뷰했어요. 보통 전화로 하는데 여성 아나운서가 인사한 후 제가 ‘김장환 목삽니다’하고 인사하면 저쪽에서 목소리 톤이 달라지는 게 느껴져요. 나이 많다는 게 그런 건지…. 미국의 래리 킹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끌어내고 싶어요. 새로 하고 싶은 것도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자살기도자, 이혼직전의 부부처럼 위기의 순간에 있는 분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 같은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싶어요. 기부금 등 재정을 조금 더 확충한 후에는 극동방송 사장직도 영어 잘하는 후배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