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06-05-10 17:32]
“‘비타500’을 하루에 몇 병이나 만드세요? 회장님도 매일 드시나요?”
“하루에 300만병을 만듭니다. 저도 매일 3병씩 마시지요.”
개신교 선교방송인 극동방송 사장 김장환 목사(72ㆍ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가 지난해 8월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과 이 라디오 방송에서 나눈 대화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 낮 12시10분부터 50분간 방송되는 ‘만나고 싶은 사람,듣고 싶은 이야기’. 김 목사가 여성 아나운서와 함께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국 사장이 왜 직접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을까.
“2004년 12월 수원중앙교회 담임목사에서 은퇴하고 나서 시작한 일입니다. 지난해 1월28일부터 했으니까 1년3개월이 넘었군요. 우리 사회의 크리스천 리더들을 전화로 연결하거나 출연토록 해서 삶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일반 신자와 비신자까지 출연대상을 확대하고 있어요.”
김 목사가 지난 12일까지 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람은 130명을 넘는다. 이명박 서울시장,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안무혁 전 국세청장,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곽선희 목사(소망교회 원로),고건 전 총리,김진표 교육부 장관,박진 한나라당 의원,최수부 광동제약 회장 등 개신교계는 물론 정ㆍ관계,재계,학계 등 각계 인사들을 망라했다. 김영삼 전두환 전 대통령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도 초대할 예정이란다.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나 옛날에 유명했던 인물,각계 지도자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잖아요. 처음에 조수진 아나운서가 인사를 하고 그 다음에 제가 ‘김장환 목사입니다’하고 인사를 하면 출연자들의 목소리 톤이 달라져요.”
이 서울시장은 이 프로그램에서 “1973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방한 설교를 통역할 때 김 목사님의 설교를 그레이엄 목사가 통역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당시 이 설교통역으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미군 ‘하우스보이’ 출신으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미국으로 떠나 목사가 된 뒤 돌아온 그의 인생 자체가 소설감이다. 1977년부터 극동방송 사장을 맡아 최고경영자(CEO)와 목회일을 겸했고 지난 2000년에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침례교세계연맹(BWA) 총회장을 맡아 5년간 봉사한 침례교의 세계적 지도자다.
칠순을 넘긴 나이답지 않게 김 목사는 쾌활하다. 최근에는 부인 트루디 김 여사가 골수암에 걸려 미국에서 수술을 받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수술 경과가 좋다”며 담담한 표정이다. 올해는 극동방송이 개국 50돌을 맞아 더욱 분주한 편인데도 세계 선교에도 열심이다. 오는 28일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있을 공군사관학교 졸업예배에 동양인 최초의 설교자로 초청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조직에서 은퇴는 있겠지만 목회자로서 사명에 대한 은퇴는 있을 수 없다”면서 “공군장교가 돼 세계로 나갈 미국 젊은이들에게 강대국일수록 겸손해야 하며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알아야 진정한 강자라는 걸 말해줄 작정”이라고 했다.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