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앙일보 2013-03-15 00:00]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요르단과 시리아 접경 지역 자타리의 시리아 난민캠프. 2년 이상 이어진 시리아 내전의 상흔을 고스란히 안고 들어온 12만여 명이 힘겹게 생활하는 곳이다. 13일(현지시간) 오후 캠프 내 한 구역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모래 바람을 맞아 누렇게 변한 주변의 텐트들과 달리 깔끔한 캐러밴(컨테이너형 주거건물)이 들어선 이곳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또 다른 희망을 보기 위해서다. ‘한국촌(Korea Village)’이라 불리는 이곳, 태극기 스티커가 부착된 캐러밴 사이로 작은 체구의 한국인이 시리아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극동방송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장환(79) 목사는 이날 수백 명의 난민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캐러밴 기증식을 가졌다. 지난 1월 요르단 방문 도중 자타리 캠프의 열악한 상황을 본 뒤 김 이사장은 국내 모금운동을 펼쳐 400채의 캐러밴을 지어줬다. 그 캐러밴에 입주한 난민들이 ‘꼭 김 이사장이 와서 기념식을 하자’고 요청해 이뤄진 기증식이다.

이날 김 이사장은 SK 지원을 받아 1000채의 캐러밴을 추가로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난민용 긴급구호물품도 한국에서 선적돼 이달 말과 다음 달 두 차례에 걸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김 이사장은 “1월 방문했을 땐 요르단엔 수십 년 만의 폭우가 내려 유엔이 제공한 난민용 텐트의 상당수가 물에 잠기거나 파손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당시 폭우 피해를 직접 목격한 김 이사장의 캠페인으로 모인 돈은 주 요르단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400채의 캐러밴으로 열매를 맺었다. 자연스레 ‘한국촌’으로 불리게 됐고 자타리 캠프 내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자타리 캠프는 사막 한 가운데 지어져 날씨에 취약하다. 캐러밴은 텐트보다 훨씬 안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한 채 당 350만원 하는 비용이 문제다. 12만 명이 생활하는 이곳에 6000채의 캐러밴밖에 없다.

김 이사장의 캐러밴 기증은 한국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됐다. 시리아 난민들은 이날 행사 내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꾸리아(한국)”를 외쳤다. 한국촌에 거주하고 있는 파티르(11·여)는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이 캐러밴을 제공해줬다는 것이고 우리가 여기에서 지금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캠프 운영 주체인 유엔난민기구(UNHCR)의 수석 담당자인 클라인 슈미트(독일)와 요르단 경찰 관계자들도 기증식에 참석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한국촌이 생기며 자타리 캠프 내 난민들의 사정이 나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한국전 때 받은 세계 각국의 지원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갚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 정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