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4-07-07 15:45]

미군 ‘하우스보이’에서 세계 침례교 지도자가 된 침례교세계연맹(BWA) 총재 김장환(69·수원 중앙침례교회ㆍ극동방송 사장) 목사가 은퇴한다. 김 목사는 내년 7월 침례교세계연맹 총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7일 기독교한국침례회 등에 따르면 수원중앙침례교회는 최근 김장환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하기로 했다. 후임은 오산 침례교회 고명진(48) 목사가 맡는다.

김 목사는 1973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00만여명이 모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 한국전도대회에서 통역을 맡으면서 교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쉽고도 정확한 어휘로 탁월한 통역 실력을 보인 ‘빌리 킴’은 이 대회를 계기로 교계 유명 인사가 됐다.

김 목사는 1977년 극동방송 사장과 2000년 7월 세계 침례교인 2억명을 대표하는 침례교세계연맹(BWA) 총재로 선출돼 각국의 정치·종교지도자들과 잇달아 만나면서 북한 선교와 인도적 지원,세계 각국의 인권 개선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김 목사의 삶을 소개한 ‘김장환 목사 이야기’에 따르면 1934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6?25 전쟁중이던 열일곱살 때 그를 미국으로 데려가 공부를 시켜준 미군 상사 칼 파워스의 도움과 김 여사의 헌신적인 삶,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명사와의 만남 등을 전해주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다시 태어나도 목사가 되고 싶다”고 소망하고 있다.

오는 12월19일 원로목사로 추대되는 김 목사는 7일 극동방송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교회가 자정 능력을 갖춰 대사회적 이미지를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례교세계연맹 총재와 극동방송 사장을 맡고 있는 김 목사로부터 한국교회를 위한 충언과 퇴임 후 계획을 들었다.

다음은 김 목사와의 대담 내용.

 

  • 침례교는 70세 은퇴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로목사로 추대되는데 향후 거취는.

은퇴는 한국 교회 관례상 행해지는 것이다. 후배를 양성하려고 한다. 또 아들 둘이 목사여서 그들을 격려해줄 작정이다. 한국 교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에도 나서고 싶다. 세미나 강연 설교 등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작정이다. 극동방송은 후임 사장이 물색될 때까지 육성하겠다.

 

  • 침례교는 2억명의 신자가 있는 세계 최대의 개신교 교단이다. 침례교세계연맹 총재 임기중 가장 치중한 분야는.

복음 전파에 힘을 기울였다. 특히 공산국가에 복음을 전하고 선교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은 일이 기억에 남는다.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을 만나 성경을 전해주었고 루마니아 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국가에서 제약을 받고 있는 종교의 자유가 속히 개선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 선교사들이 많이 파송됐고 신자들이 많이 증가한 것 같다. 코소보 북한 에티오피아 인도 모잠비크 등에 식량 등 구호물자를 지원했다.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 최근 가장 큰 교단인 남침례교가 탈퇴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 사역에 지장은 없는지. 향후 대책은.

안타깝다. 그러나 탈퇴 이유들이 터무니없다. 침례교는 ‘반미’를 표방하지 않으며 성서에 반하는 동성애를 거부한다. 또 여성 안수는 각 지방 침례교회들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처리하게 하고 있다.

남침례교가 탈퇴한 근본 원인은 최근 침례교세계연맹이 가입을 허락한 협력침례교협의회(CBF)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남침례교가 이들의 가입을 반대하다가 받아 들여지지 않자 전격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오는 25∼31일 열리는 침례교세계연맹 상임위원회 국제회의에서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

 

  • 수원중앙침례교회는 이제 대형교회로 성장해 현재 1만5000여명 성도가 주일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특히 불우이웃 전쟁고아 무의탁노인 장애인 탈북민 돕기 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됐는가.

교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많다.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통합교육을 시키고 있고 장애인 전담목사를 둘 정도다. ‘열린 교회’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성도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싱싱하다. 담임목사는 저절로 훌륭해지는 것 같다.

 

  • 교회 후임자는 어떤 절차를 통해 선정했는가. 교회에서 갈등의 여지는 없는가.

여러 목회자에게 공개 설교를 시켜 봤다. 그리고 교인들이 가나다순으로 놓고 투명하게 투표를 했는데 고 목사가 90%가 넘는 표를 얻었다. 고 목사의 부임으로 교회 전체가 꿈을 꾸게 됐다. 그만큼 젊어지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이를 위해 5년간 기도해 왔다. 고 목사는 교회 내부 사정을 잘아는 사람이다. 11년간 본교회에 있다가 오산침례교회에 가서 짧은 시간에 교인을 3배로 늘려놓은,훌륭한 목회자로 품성도 곱다. 성도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궈주는 역할을 고 목사가 감당하게 됐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젊은 목사가 대신 감당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둘은 교회 부임을 사양했다. (웃으며)아버지의 후광이 싫었던 모양이다.

 

  • 은퇴를 앞두고 한국 교회에 하고 싶은 말은.

한국 교회의 원로목사들이 후배 목사들의 울타리가 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원로들이 바로 서야 한국 교회의 진정한 위상이 세워진다. 한국 교회가 세속적인 가치관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교회는 세상과 달라야 한다. 교회는 세상보다 훨씬 양심에 철저해야 한다. 좀더 겸손한 한국 교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 김 목사에 대한 침례교 성도들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양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침례교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장로교 감리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특히 영적 성숙면에서는 앞서나가야 한다. 침례교단이 개교회의 힘은 강하지만 교회간 결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연합’과 ‘협력’에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 목사는 10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국제라이온스 클럽 대회에서 ‘2004 라이온스 인도주의 봉사 대상’을 수상한다. 김 목사는 이날 받는 상금 20만달러(약 2억4000만원)를 국내 자폐아들의 치료와 제주 극동방송 노후안테나 교체에 쓸 예정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과 마더 테레사 수녀가 수상한 이 상은 한국인으로는 처음 김 목사가 받게 된다.

김 목사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미주 아시아 유럽 등을 순회하며 칠순의 나이에도 왕성한 복음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0년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침례교연맹 총재에 선출돼 인권과 신앙의 자유가 자유롭지 못한 나라들의 선교사와 성도들을 돕고 있다.

“후배들이 전화나 이메일로 가끔 이 노목회자를 불러주었으면 합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요.”

 

김 목사의 표정은 밝았다. 가을 소풍을 앞둔 소년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 대담=유영대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