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8-12-03 03:00]
김요한 목사(51)와 어머니 트루디 여사(80). 김 목사는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의 2남 1녀 중 막내로 형 김요셉 목사(수원 원천침례교회)와 3부자 목회자로도 알려져 있다. 최근 ‘파이 굽는 엄마’(바이북스)를 출간한 김요한 목사를 지난달 30일 대전 함께하는교회에서 만났다.
이 책은 사진작가 유재호 씨가 1년에 걸쳐 파이 가게를 중심으로 찍은 트루디 여사의 사진과 김 목사의 글이 어우러진 포토 에세이다. ‘엄마의 망가진 손’ ‘파이의 밑바닥’ ‘식탁’ 등 어머니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사진과 아들의 단상이 여운을 준다.
아버지가 교계 원로인 김장환 목사라는 사실은 축복이자 어려움일 수도 있다. 아들 목사는 “교회 신자들의 눈 때문에 ‘항상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면서도 뜻밖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5, 6년 전 아내에게 얘기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죠. 남자의 로망 아닙니까.(웃음)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따로 할 말이 있다고 하시는 겁니다. 속으로 ‘이거 죽었구나’ 했죠. 그런데 가죽 점퍼를 주면서 ‘오토바이 타려면 이걸 입어라’ 하는 거 있죠. 아버지의 사랑이 이렇게 나오나 싶어 울컥했어요.”
의외로 대(代)를 이은 목회에 대해 아버지의 언급은 없었다는 게 김 목사의 말이다. 그는 미국에서 열린 형태의 교회를 접하면서 목회자의 길을 만났다. 대전 함께하는교회는 그의 꿈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상 4층, 지하 2층 교회에는 대형 십자가가 없다. 실내 체육관과 놀이시설, 요리·사진 등 각종 소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지하 예배 공간에는 영화 상영과 공연이 가능한 시설들이 있다.
“신앙과 세대 차이 등으로 교회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회가 열려 있어야 사회의 다양한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다리(bridge)가 될 수 있습니다.”
특성을 잘 살린 작은 교회들에서 그의 목회 방향을 엿볼 수 있다. 홍대가까운교회, 보리떡교회, 링크교회 등 지역과 나이 등을 감안한 5개 교회가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담임 목사가 아니라 여러 목회자들이 몇 개월씩 돌아가며 설교를 맡고 있다.
이 책은 바다 같은 어머니 삶에 대한 아들의 감사 편지일지도 모른다. 2006년부터 희귀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투병해 온 어머니는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가족들의 도움으로 건강이 다소 좋아진 상태라고 한다. “어머니가 걷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이제는 가벼운 산보만 가능해 안타까워요. 건강 때문에 파이숍도 쉬고 계시고요. 하우스(house)와 홈(home)의 차이는 ‘파이를 굽는 어머니’가 있고 없고의 차이 아닐까요.”
/ 대전 =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