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11-04-23 00:00]

“대통령 통성기도? 그런일 시킨 인물이 문제”

개신교계 원로 김장환 목사(77). 현재 그의 직함은 극동방송 이사장이자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다. 하지만 ‘MB(이명박 대통령)의 멘터’라는 표현만큼 요즘 그의 위치를 잘 말해주는 단어는 없다.

그는 2007년 대선에서 조용기(여의도 순복음교회) 김진홍(두레교회) 김선도(광림교회) 김삼환(명성교회) 목사 등과 개신교 지지층 결집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이후 MB와 소원한 관계가 된 일부 다른 원로와 달리 그는 사심 없는 조언으로 MB의 곁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한 김 목사는 1973년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통역에 이어 세계침례교 총회장을 지내는 등 미국 개신교계와 정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MB까지 최고 권력자를 수시로 독대했고 미국 정계와 연결하는 채널이 됐다. 이상득 의원과는 30년 지기이고,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도 친분이 두텁다. 부활절(24일)을 앞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수동 극동방송 사무실에서 1시간 반 동안 인터뷰했다.

―김진홍 목사는 대통령의 ‘절친’, 목사님은 멘터로 알려져 있다.

“그거 아네요. 알려진 것보다 거짓말일 수도 있다.(웃음)”

―요즘 어떤 조언을 했나.

“첫째, 갈등이 있는 최근 현안에 대해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잘 결단했다고 했다. 또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을 텐데 원로들의 힘이 모자라 죄송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불교는 템플스테이 때문에 껄끄럽고, 천주교 일부 사제들은 4대강을 반대하고 있다. 믿는 구석이 있다면 교회 장로니까 개신교인데 저 모양이니 맘이 굉장히 언짢았겠죠.”

―어떤 식으로 조언하나.

“정치나 인사에 개입하면 절 멀리하겠죠. 그냥 조언하고 기도한다.”

―곧 부활절이다.

“부활절은 인류에게 소망을 주는 날이다. 북한에 비하면 남한은 종교의 천국인데 그걸 망각하고 내 교회, 내 교단만 따져서는 희망이 없다. 부끄럽다. 개신교, 이 위기를 통해 반드시 정화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한기총이 금권선거 시비로 내분에 휩싸였다. 해만 끼친다, 아예 해체하라는 소리도 나오는데….

“한기총은 20여 년 전 한경직 목사님이 계실 때 남북 대치 상황에서 (이념적으로) 치우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를 막고 개신교 세력이 뭉친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최근에 한기총 회장 하려고, 또 각 교단 회장 한다면서 금권이 오가니 사회에 면목이 없다.”

―개신교 원로들이 한기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2월에) 조용기 목사님과 내가 대립하는 양측(길자연 이광선 목사)을 모셔 화해를 시도했는데 우리 힘만 갖고 어려웠다. 서로 다투다 변호사 집사님의 직무대행 체제로 갔으니 안타깝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서면.”

―한기총 주축인 예장 합동과 통합 교단의 오랜 반목, 길자연(합동) 김삼환 이광선(이상 통합) 목사의 개인적 갈등도 원인 아닌가.

“잘 봤다. 그런데 정부나 청와대에서 누구를 편든다는 것은 오해다. 그렇게 졸렬한 청와대가 아니다.”

― 결국 한기총을 해체해야 하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싸우면 다른 단체가 생길 거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내가 늘 하는 얘기가 교계에 회장, 총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화제를 바꿔 건강 비결을 물었더니 그는 골프를 즐긴다면서 자연스럽게 조용기 원로목사 얘기를 꺼냈다. 그는 “조 목사님하고 가끔 골프를 쳤는데…. 최근 내가 한국 나이와 같은 78타를 쳤어. 조 목사님, 화가 날 만하지. 옛날에는 나보다 거리가 좋았는데 이제 두 번 쳐야 내 거리에 오니”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시골교회 목사님이 동일본 대지진은 하나님 징계를 받아서 그랬다면 보도가 됐겠어요? 조 목사님이니 문제가 된 거죠”라며 최근 순복음교회를 둘러싼 갈등을 대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과 관련한 e메일은 직접 보낸 건지….(김 목사는 수쿠크법과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입장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 e메일을 기자에게 보냈었다)

“그래요. e메일 자주 이용해요. 전도를 위해 고 노무현 대통령께도 편지나 e메일을 보냈었다. 그분 자살했을 때 가까운 편은 아니었지만 일국의 대통령이기에 마음으로라도 보태고 싶었다. 지금도 영부인(권양숙 여사) 만나면 교회 나가라고 한다.”

― 수쿠크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그런 게 있으니 사람 좀 모아 달라기에 목회자들과 강연 듣고 얘기했다. 지금도 자세히는 모른다. 어쨌든 이슬람은 일본과 대만, 중국 선교에 모두 실패했는데 한국을 선교할 수 있는 지상낙원으로 여기고 있다. 종교, 사회적 면에서 부작용이 크다.”

― 지난달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이 무릎을 꿇는 통성기도를 했다.

“문제 있는 인물들이 (기도회) 순서에 들어간 것이 문제다. 이 기도회는 개별 교회 행사가 아니라 공적인 자리다. 그런 장소에서 무릎 꿇고 기도해야 하나님이 듣는 것도 아닌데….”

― 오해를 피하려면 대통령이 개신교와 거리를 두는 게 맞지 않나.

“불교 대통령이 나와 누굴 데려다 밥을 먹든지 초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특정 종교에 편향하고 싶어도 눈이 많아서 못한다.”

―사심이 없는 게 네트워크 비결 아닌가.

“난 6·25 전쟁 시절 미군 부대에서 하우스보이로 일하다 미군의 눈에 띄어 유학했다. 아무 연관 없는 그분이 연필과 옷 사주고 9년간 공부시켰다. 그런 분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으니 나도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겠다고 생각한다.”

/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