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21-10-27]
영어·성경 교육 필요 깨닫고 유치원 설립
학교 원칙 따라 기도와 큐티로 가르치다
수업방식·숙제 문제로 학부모들과 충돌
수원 인계동에 살 당시 다른 교회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교인들이 “우리 교회에도 유치원을 세워달라”고 간청했다. 나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영어와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치원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뜻있는 교인들이 헌금을 모으고 1년 남짓 건물을 지어 마침내 1978년 중앙기독유치원을 개원했다. 교사를 뽑을 때 정한 원칙은 하나였다. ‘하나님께 교사 소명을 받은 사람인가.’
우리는 가급적 한국대학생선교회(CCC)나 한국기독학생회(IVF) 등 캠퍼스 선교단체 출신을 우선 선발했다. 면접을 볼 때는 주로 신앙을 봤다. 경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경력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유치원 운영이 성공을 거두면서 부지를 구입해 규모를 넓혔다. 첫째인 요셉 목사가 설립 준비 중인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와 같이 건물을 사용하게 됐다. 유·초등부 아이들에게 ‘기독교 학교라는 걸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붙들고 오랫동안 하나님께 기도했다.
요셉과 내가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수업의 시작과 끝은 반드시 기도할 것. 날마다 큐티로 하루를 시작할 것. 아이들을 예수님의 마음으로 사랑할 것.
‘기도로 출발한 교육기관’을 세우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고급 사립 초등학교로 알고 등록한 학부모들은 기독교 교육에 강하게 반발했다. “아니, 학교에서 어떻게 단군신화가 거짓말이라고 가르칠 수 있는 겁니까. 예수 믿는 아이들은 기초 상식이 없어도 괜찮다는 이야기인가요.” “저도 교회를 다니지만 창조 순서를 외우는 걸 숙제로 내주는 학교를 이해할 수 없네요. 맨날 기도만 하면 수업은 대체 언제 하실 생각이시죠.”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어떤 반은 온종일 찬양만 했고 또 다른 반은 기도만 했다. 한번은 교사가 아이들을 교실에 내버려 둔 채 학교 기도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기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요셉은 이 일로 단단히 화가 났다. 아무리 선교단체에서 신앙 훈련을 받았다지만, 수업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건 교사 자격 요건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나는 그 일로 ‘현재 사용하는 교재로 기독교 교육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낼 것인가’ 하는 고민에 맞닥뜨렸다. 교재에 억지로 말씀을 끼워 넣는 건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았다. 나는 요셉에게 제안했다.
“차라리 교재를 만들지 말자. 교재가 좋다고 해서 기독교 교육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렇다고 우리가 이제 와서 수많은 돈을 들여 기독교 교재를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못해. 기독교 과학을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교사의 마음을 통해 아이들이 참된 교육을 받는 일이야.” “어머니,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요셉과 나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교사들과 수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거듭된 고민을 거쳐 우리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하나님의 말씀과 체험을 중시하는 커리큘럼을 구성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