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21-09-24]


엄격했던 가정 교육 덕에 학교 생활 즐겨
채플 시간 목사님들 설교가 신앙의 토대
“공부에만 집중” 어머니 말 명심했는데…


트루디 사모가 밥 존스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나와 형제들이 졸업한 밥 존스 학교는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있다. 학교는 규칙이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학교에서는 늘 성경 요절을 일주일에 3개씩 외우도록 했고 매주 드리는 채플에 늦으면 가차 없이 벌점을 줬다. 밥 존스 학생들은 한 학기에 벌점 150점을 받으면 제재를 받았다. 일종의 학사경고인 셈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벌점과 관련이 있었으니 행동거지를 똑바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한 규율을 못 버티고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도 한 학기에 10%나 됐다. 나는 이런 규율과 관계없이 학교와 기숙사 생활이 즐거웠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밥 존스의 장점은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 명문으로 소문난 학교였기 때문에 기독교 교육을 받기 원하는 유수의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채플 시간에는 당시 유명한 미국 목회자들이 돌아가면서 설교를 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들었던 설교가 내 젊은 날 신앙의 토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봐도 이상한 일이지만 언제나 내 주변에는 남자친구가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한 미인이라거나 이성을 사로잡는 매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둘러보면 여자들보다는 남자가 훨씬 많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상급생인 올린 하틀리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당시 밥 존스 학교에는 이성 간에 걸을 때는 거리를 5인치 내로 좁히면 안된다는 것과 여성이 남성의 데이트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다. 나는 체구가 작은 올린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트를 수락함과 동시에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일단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딴 생각 하거나 행실을 바로 하지 못하면 중간에 다시 데려올 거야.” 올린과는 교회나 음악회에 몇 번 간 것으로 그쳤다. 데이트를 하는 내내 어머니 말이 떠올라 제대로 말도 못 붙였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린든 플라워스라는 잘생긴 남학생이 내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린든과도 데이트를 오래 하지 못했다. 그의 누나가 사사건건 개입해 우리 둘을 갈라놓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밥 존스 3세(밥 존스대 재단 설립자이며 총장이었던 밥 존스 박사의 손자)를 만났다. 그는 당시 기지와 재치가 넘치던 아이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나 역시 밥 존스 3세가 싫지 않았다. 그와 매일 강당이나 식당에 함께 다니며 많은 얘기를 나눴고 음악회에도 여러 번 갔다.

하지만 밥 존스 3세와의 교제도 그리 길지 못했다. 1학년 여름방학 때 미시간주에 있는 집에 두 달 동안 다녀온 사이에 밥 존스 3세가 다른 여학생과 교제를 하게 된 것이다. 그와의 교제가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빌리(김장환 목사)에게 데이트 신청 편지가 온 것은 그로부터 2개월 후의 일이었다.

/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