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0-06-27 17:42]
다음달 5일 세계침례교총회의장으로 취임하는 김장환 목사(극동방송사장)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하우스보이였다.미군의 허드렛일을 해주며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가던 16세 소년 김장환이 어떻게 세계 1억6000만 침례교인들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김목사는 평소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실천신앙을 강조해왔다.
이는 1950년 미 24사단 21연대의 칼 파워스 상사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한국전에 참전중이던 파워스상사는 총명하고 성실한 소년 빌리(김장환목사)가 맘에 들었고 귀대날짜를 다섯번이나 연기하며 미국으로 데려갔다.전화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 출신인 파워스상사는 군장학금을 아껴가며 7년간이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하게된다.
KBS1 수요기획 ‘빌리의 귀향’(28일 밤12시)에서는 김장환 목사와 파워스상사의 50년간 우정을 영상으로 담아낸다.우선 김목사와 함께 72세의 노인이 된 파워스의 집을 찾는다.그는 김목사를 가르치기 위해 혼기를 놓쳐 아직까지 독신이다.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의 탄광촌 마을에 위치한 파워스 노인의 집에는 아직까지 미소년 빌리의 사진이 놓여있다.그리고 빌리가 고교시절 전미웅변대회에서 받은 아이젠아워상의 트로피가 가보처럼 모셔져 있다.
또한 ‘똑똑한 동양인 소년에게 도움을 달라’는 내용의 지역신문 기고문과 관련기사,그리고 파워스 형제들의 인터뷰를 통해 파워스가 김목사의 교육을 위해 노력했던 모습을 추적한다.당초 한국전쟁 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으나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용히 치러진 6·25’의 분위기 속에서 ‘수요기획’으로 밀려났다.방송시간이 60분에서 50분으로 줄어들면서 김장환 목사의 노력으로 만나게 된 또 다른 병사와 하우스보이의 일화 및 김목사의 미국인 아내 트루디 여사 취재부분이 빠졌다.
연출을 맡은 이은택 PD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인간과 인간의 믿음과 소중함을 읽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맹경환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