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18-07-27 00:01]
85세 노목사의 전도행전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85) 목사는 매달 한 번씩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리조트를 찾는다. 리조트 직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그는 2011년부터 7년간 사역지 서울과 안산을 오갔다. 그리고 지난 18일 그 전도의 열매가 일부 맺혔다. 리조트 직원 절반에 이르는 92명이 이날 침례를 받았다. 지난 20일 서울 극동방송에서 만난 김 목사는 “주님이 하신 일”이라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앞서 지난 1일 김 목사는 또 다른 열매를 거뒀다. 57년 전 복음을 들고 수원에서 용인까지 찾아가 메시지를 전했던 일로 감사패를 받았다. 1961년 김 목사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용인에 사는 한 청년이 김 목사를 찾아왔다. 동네 청년들이 성경 공부를 하고 있는데 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인도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그 청년의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1년여간 메시지를 전했다. 교회를 떠날 땐 송아지 한 마리를 사줬다. 이 송아지는 교회의 종잣돈이 됐다. 송아지를 판 돈으로 논을 사 농사를 지었고 부지를 마련해 예배당을 지었다. 그 교회가 경기도 용인 포곡제일교회다. 교회는 이날 김 목사에게 감사패를 전하고 황소 한 마리에 해당하는 금액을 극동방송에 헌금했다.
원로 김 목사의 전도행전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미국에서 예수를 믿은 그는 한국에 돌아와 청소년 선교를 시작했다. 전도를 하려다 보니 소속 교회가 필요해 수원중앙침례교회를 개척했다. 1973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 한국 전도대회에서 통역을 맡은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어 극동방송을 통해 방송 선교에 집중해 왔다. 지금도 매일 아침 극동방송에 출근해 전도를 위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 목사는 특히 사회 지도층 전도에 관심이 많다. 복음을 받아들이면 영향력이 크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 목사는 반 전 총장 재임 당시 10년간 매년 12월 둘째 주 토요일에 뉴욕을 방문, 기도해 주고 복음을 전했다. 미국의 릭 워런 새들백교회 목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 등과도 동행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에게도 복음을 전했다. 성경을 선물로 주고 “당신은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성경을 한 번 읽어보고 하나님을 믿겠다고 했다.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교회로 초대해 부목사 40여명과 함께 안수기도를 하기도 했다. 그때도 김 목사는 황 전 비서에게 “믿어야 산다고 했더니 믿는다고 했다”며 “진짜 믿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은 구치소에 수감된 정·재계 인사들을 주기적으로 만나 위로한다. 한 구치소엔 성경 100권, 헬스 자전거 20대를 기증했다. 더위를 식히라고 꽁꽁 얼린 물병 2만병도 전달했다.
이 같은 전도는 김 목사만이 할 수 있다. 한국교계의 어른으로 만나자고 하면 거절할 사람이 없다. 그는 평소 작은 만남도 소중히 여긴다. 그 만남이 하나님께서 주신 전도의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특히 “사람이 잘될 때는 목사가 필요 없고 어렵고 힘들 때 목사가 필요하다”며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기도해준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기억하고 존경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다. “예전에 미국에서 돌아올 땐 정치인이 되는 것이 목표였어요. 가난하게 살았으니까요. 적어도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하나님이 ‘너 아니어도 정치할 사람은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하나님께 붙들려 복음을 전하니까 하나님께서 많은 이를 만나게 해주셨어요.”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침체에 빠진 것은 우리가 잘살게 되면서 전도 열정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하려면 전도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 전도 집회가 전도의 불을 다시 붙이는 계기가 되길 소망했다.
김 목사는 최근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그가 진행하는 극동방송 최장수 프로그램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가 700회를 맞았다. 그는 “초대받은 900여명 모두 하나님을 만나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며 “역시,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역사가 일어나고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 말은 김 목사의 좌우명이다. 극동방송 로비에도 이 말이 적혀 있었다.
/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