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0-02-22 17:34]
그리운 빌리그레이엄 목사님!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21일 늦은 밤이었습니다.
CNN을 비롯한 세계 유수언론들은 앞 다투어 목사님의 소천소식을
깊은 애도와 안타까움으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온 세계가 깊은 슬픔 속에 빠졌습니다. 저는 너무나 놀랐고,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목사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이 3년 전 목사님 댁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유달리 한국을 좋아하셨던 목사님은 제 손을 꼭 붙잡고,
한국에서 다시 한 번 집회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건강하면 오세요, 준비해두고 있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약속을 뒤로한 채 이렇게 사랑하는 자녀들과 손자들,
그리고 목사님을 사랑했던 우리들 곁을 훌쩍 떠나셨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주 찾아뵐 걸 하는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사랑하는 목사님!
저는 목사님과의 수많은 만남 가운데 1973년 여의도광장에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열렸던 빌리그레이엄 전도 집회를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매일같이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마지막 날에는 110만 명이 운집을 했습니다.
저는 “Love one another” (서로 사랑하라) 라는 내용의 목사님 말씀을 통역하면서 이것은 성령께서 하시는 것임을 강렬하게 느꼈습니다.
당시 3만 8천 여 명이 예수를 믿기로 작정했었는데 저는 지금도 종종 그때 현장에 있었고, 예수를 영접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 집회의 감동이 되살아나곤 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 집회를 계기로 한국교회는 부흥의 불길이 일어났고, 대형교회들이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의 영적 부흥을 위해 귀한 메시지를 전해주신 목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시대의 위대한 복음전도자이신 목사님!
목사님의 생애 100년은 참으로 아름다우셨습니다.
전 세계에 복음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셨고, 또 사람들을 만나셨습니다.
예수님, 사도바울처럼 그렇게 평생을 복음의 열정으로 사시며,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셨습니다.
심지어 적대국가인 북한에 가셔서 김일성 앞에서 복음을 전하고 성경을 전달하시기도 하셨죠.
그런 목사님을 하나님께서는 크게 높여주셨습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는 모든 존귀와 영광을 하나님께만 돌리셨습니다.
아마도 오늘날까지 믿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전 세계인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은 이렇듯 늘 겸손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목사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목사님! 소식은 들으셨겠지요?
이제 2020년에 프랭클린 전도집회를 한국에서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난 45년 전 목사님께서 한국교회의 부흥을 위한 도구가 되신 것처럼,
그 집회를 통해 한국의 다음세대가 하나님께 헌신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천국에서 응원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계 2:10)”
이제 이 땅의 모든 수고를 마치시고 하나님 품에 안기신 빌리그레이엄 목사님!
다시는 이 땅에서 목사님을 뵙지 못한다는 슬픔과 허전함이 때때로 엄습하겠지만 그러나 천국에서 다시 만날 소망이 우리들에게 있음을 잘 압니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일평생을 하나님을 사랑하고,
잃어버린 영혼들을 사랑하며, 복음전도자의 길을 걸으셨 던 것처럼
남아있는 우리도 그 길을 걸어가야 함을 잘 압니다.
저도 하나님께서 부르실 그날까지 한 영혼이라도 주님 앞에 인도하기 위해
열심히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그토록 원했던 남북통일,
복음 통일을 위해 극동방송을 통한 복음전파에도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천국에서 다시 만날 때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소망합니다.
빌리!
이제 사랑하는 주님 품에서 편히 쉬소서! 사랑합니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