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20-02-20 17:39]

국내 최고령 라디오 방송 진행자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
2005년부터 매주 금요일 낮 프로
‘만나고 싶은 사람…’ 16년째 진행

극동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를 16년째 진행 중인 김장환 목사.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86)는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면 방송국 스튜디오에 앉는다.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극동방송의 토크 프로그램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교회 담임목사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05년 1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맡아온 지 16년째. 오는 6월이면 방송 800회를 맞는다. 그새 함께 진행하는 여성 아나운서는 바뀌었지만 김 목사는 한 번도 방송을 거르지 않았다. “TV엔 송해, 라디오엔 김장환”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최고령 라디오 진행자인 김 목사를 극동방송 접견실에서 만났다.

“목회자로서 성도들과의 약속인 예배시간을 잘 지켜온 것이 습관화돼서 방송 프로그램도 그런 자세로 임하다 보니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해온 게 아닌가 싶어요. 학교였다면 개근상을 받아야겠죠. 하하.”

이 프로그램의 초대 손님은 다양하다. 전직 대통령과 총리부터 장관, 국회의원, 대학총장, 기업 경영자, 연예인, 택시운전기사, 청소부, 경비원, 목회자, 탈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 및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신앙,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고 있다. 어머니가 겨울엔 호떡을 굽고 여름엔 옥수수를 삶아 팔며 세 남매를 키워낸 이야기를 들려준 상업고 출신의 은행지점장, 2년 연속 매출이 50% 이상 떨어질 정도로 경기가 최악이라고 호소하는 인력개발회사 대표, 병상이 모자랄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요양병원 원장….

2010년 300회 방송 땐 김영삼 전 대통령을 특별 손님으로 초대했고, 2016년에는 600회를 특집 생방송으로 꾸몄다. 극동방송은 개신교 선교 방송이지만 비기독교인도 초청한다.

“김 전 대통령은 기도의 사람이었던 어머니가 보여주신 성실과 섬김의 가르침으로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하셨죠. 가택연금 등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때도 성경을 읽으며 신앙으로 이겨냈다는 말씀은 많은 신자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처음엔 각계 지도자와 유명인을 주로 모셨는데, 청취자 요청에 따라 보통사람도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 보니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김 목사는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 ‘높은 사람들’에게는 가정생활과 부부관계를 꼭 듣는다고 했다. 대통령도 부부싸움을 할까.

“부부가 말다툼도 안 하고 싸우지도 않았다는 건 다 거짓말이라고 내가 그랬죠. 웬만한 사람은 다 말다툼도 하고 그러면서 더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니까요. 들어보니 대부분 자녀 교육과 가정경제 때문에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아요. 높은 사람이나 보통사람이나 가정 생활은 다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더 공감대가 형성되죠.”

김 목사는 6·25전쟁 때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일하다 그를 눈여겨본 칼 파워스 상사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신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그는 1973년 방한한 빌리 그래함 목사의 서울 여의도 전도대회에서 통역을 맡으면서 일약 유명인이 됐다. 2000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침례교세계연맹(BWA) 총회장을 맡아 5년간 봉사한 침례교의 세계적 지도자다.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해 국내외 지도자와의 교분도 두텁다. 정치 지도자와 각계 리더들을 만나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

“저는 목사입니다. 누구를 만나든 복음 전도가 우선입니다. 그분들을 만나면 항상 성경 구절을 읽어주고 기도해드렸죠. 그리고 정치가 너무 좌로 간다 싶으면 중간으로 좀 가져오면 좋겠다고 하고, 너무 오른쪽이다 싶으면 반대로 좀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자기 외고집만 세우고 상대는 옳지 않다고만 하면 정치가 될 수 없어요. 양보하고 타협하는 게 정치인데 그게 안 되니 국회에서 싸우고 난리 치는 겁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성경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나보다 남을 더 좋게 여겨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김 목사는 “상대방의 잘못만 지적하다 보면 비판의 눈만 커진다”며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서로 사랑하고자 노력한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여러 갈등의 벽은 점차 허물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꿈을 꾼다. 통일되면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에 극동방송을 세워 복음을 전하겠다는 꿈이다. 날마다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기도하는 핵심 주제도 통일이다. 오는 6월엔 지난해 강원도 산불로 전소된 영동극동방송을 다시 연다.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10월 국내에서 개최할 전도대회 ‘2020 코리아 페스티벌’도 적극 돕고 있다. 나이가 무색한 그의 열정과 건강 비결이 궁금했다.

“제 건강 비결은 바쁜 일정입니다. 바쁠수록 힘이 나요. 내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즐기면 건강해집니다. 바쁘다고 불평하고 투덜거리면 몸도 마음도 힘들어져요.”

/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