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5-07-31 17:49]

침례교세계연맹(BWA) 총재 임기를 마친 김장환(71) 목사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총재에서 물러나 여유있는 일정을 보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쉴새없이 움직였다.

지난달 28일 오전 6시30분 숙소인 영국 버밍엄 하야트호텔 로비에서 만난 김 목사는 인터뷰 도중에도 당일 일정에 대해 관계자들과 상의하느라 분주했다.

총재 재임 5년간의 소회에 대해 김 목사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시원하고 섭섭하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며 “그래도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쉴 수는 없다”고 말했다.

BWA 총재는 김 목사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큰 의미를 남겼다. 그는 2000년 1월 동양인으로는 처음 BWA 총재에 선출된 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전 세계 1억5000만명의 침례교인을 이끌어왔다. 작은 체구의 동양인이 가진 거대한 열정과 헌신적인 리더십에 전 세계인들은 감동했고 그의 조국인 대한민국은 어느 새 유명한 나라가 돼 있었다.

그는 “개신교 최대의 NGO라고 할 수 있는 BWA 총재을 역임하면서 각 나라 대표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에게 북한의 인권문제,종교 탄압문제 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BWA 100주년 기념대회가 열린 버밍엄 인터내셔널컨벤선센터(ICC)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한국인을 만날 때마다 “빌리 킴(김장환 목사의 영어이름)이 최고다. 한국은 너무나 멋진 나라”라며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이런 김 목사의 명성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았다. 그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항상 새벽 4시면 일어난다. 시차가 얼마든 상관 없다. 이곳에서도 한국과 영국의 8시간 시차에 아랑곳 하지 않고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했다. 김 목사는 “할 일이 많은데 일찍 일어나 하나님께 먼저 기도 드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70세를 넘긴 나이에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직은 괜찮다”며 “할 일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계속 인도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자신이 개척한 수원중앙침례교회를 지난해 12월 후배 고명진 목사에게 맡겼고 이번에 BWA 총재에서도 물러나 대외적으로 남은 직함은 극동방송 사장이 전부다. 이제는 쉴 때가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남아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우선 2010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BWA 대회 때까지 전 회장으로서 여러 가지를 챙겨야 할 것 같다. 당장 내년에 멕시코에서 열리는 BWA 상임위원회에도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BWA에 대해 “BWA는 이제 100년을 지나 새로운 100년을 향해 간다”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3세계 등 침례교가 상대적으로 약한 곳에 대한 선교에도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앞으로 자신의 역할을 ‘후배 양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인맥을 쌓아온 여러 나라 대학 총장들을 만나 후배들이 그곳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할 것”이라며 “일반대학이든 신학대학이든 상관 없이 후배들이 공부할 수 있고 사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목회자의 역할에 대해 김 목사는 “목회자는 정치ㆍ경제적인 문제에 치중하기보다 교인들을 영적으로 깨우고 기도하고 격려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 버밍엄=김준엽기자 snoopy@kmib.co.kr